걷는 사람 하정우 서평: 걷기에서 찾은 인간 본질의 기록
>하정우의 신작 <걷는 사람>은 단순한 산문집을 넘어 현대인에게 잃어버린 시간과 공간을 재정의하는 철학적 탐구서다. 도시의 콘크리트 미로 속에서 점차 퇴색하는 인간성 회복을 주제로 삼은 이 책은 '걷는 행위'를 매개로 독자들에게 다층적인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서울의 골목길부터 유럽의 오래된 산책로까지 걸으며 포착한 풍경을 통해 문명과 개인의 관계성을 날카롭게 해체한다.
>서평의 핵심 키워드 분석
>이 책의 중심축은 '속도의 역설'에 대한 성찰이다. 디지털 문명이 가속화할수록 인간의 내면 속도는 오히려 정체되는 아이러니를 14개 장에 걸쳐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특히 제4장 <스마트폰 유목민에게 바치는 만가>에서는 현대인의 산책 문화가 SNS 체크인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도시 계획가 앙리 르페브르의 공간생산론을 인용하면서 물리적 공간이 디지털 영토에 잠식당하는 현상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대목은 깊은 공감을 자극한다.
>하정우 작가의 서사 전략
>작품 전체에 스며든 파편화된 서사 구조가 독특한 리듬을 창출한다. 3인칭 관찰자 시점과 1인칭 일기장 형식을 오가며 마치 산책로가 갈라지듯 다양한 각도에서 주제를 관통한다. 제7장 <발바닥으로 읽는 도시 지형학>에서는 도로 포장재질의 변화가 인간 보행 습관에 미치는 영향을 미시사적 접근으로 분석, 일상의 사소한 요소가 문명사적 전환점과 연결됨을 보여준다.
>철학적 통찰과 현실 적용 가능성
>이 책이 기존의 인문학 산문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실용적 실행 방안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디지털 디톡스 워킹' 프로그램 설계 원칙(제11장)이나 '도시 재발견 지도 제작법'(부록)은 단순한 이론을 넘어 행동으로 연결되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담고 있다. 특히 공공장소 좌식 공간 배치와 시민 보행 패턴의 상관관계에 대한 2년간의 관찰 데이터는 도시 계획 관련 종사자들에게 유용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비판적 관점과 개선 방향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제13장 <걸음으로 쓰는 저항의 수사학>에서는 21세기 산책객이 가진 정치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19세기 플라뇌르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GPS 추적 시스템에 대항하는 '무목적 보행'을 새로운 시민 불복종 양태로 제안한다. 다만 신자유주의적 도시 공간 장악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이 다소 단편적으로 보인다는 지적은 가능성 있는 논쟁점으로 남는다.
>하정우 문체의 독창성
>이 책은 장르 자체를 재정의하는 실험적 서사를 보여준다. 제5장에서는 보행 속도에 따른 시각적 인지 변화를 72가지 문체로 구현, 실제 걸음걸이 리듬과 텍스트 배열을 동기화시킨 타이포그래피 실험이 인상적이다. 계절별 보행 에세이(봄편/여름편)마다 다른 색조의 종이를 사용한 디자인 또한 내용과 형식의 통일성을 추구한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산책로에 새겨진 무수한 발자국처럼 이 책은 각 장마다 독특한 각인을 남긴다. 디지털 시대에 물리적 이동이 지닌 의미를 재발견하려는 독자라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새로운 경로의 정신적 산책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도시 생활자가 마주하는 일상적 소외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이 책이 제시하는 '의식적 보행법'은 효과적인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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